경남과기원 더 늦춰도 되나? 산업은 가속, 학령인구 절벽도 가속...

경남은 SMR·우주항공·피지컬 AI가 동시에 도약하는 첨단제조의 심장이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 속도를 지역의 연구·인재 역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한쪽에서는 산업경쟁이 '골든타임'을 다투며 가속하고, 다른 쪽에서는 학령인구 절벽이 지역 대학의 생존을 위협한다.

대형 사업마다 외부 과학기술원의 두뇌를 빌려 쓰는 현실 속에서, 경남 안에서는 자생적 연구 거점이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경남 지역사회와 산업을 위한 과학기술 연구역량이 왜 필요하고, 왜 지금 더는 늦출 수 없으며, 그간 어디까지 왔는지 생각해본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두뇌는 외부에

경남은 대한민국 첨단제조의 심장이다. SMR(원전), 우주항공·방산, 피지컬 AI가 동시에 고도화되며 혁신과 인재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혁신의 '두뇌'는 외부에 의존한다. 김해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역량이 동원되고, 대형 국책사업마다 다른 지역 과학기술원의 두뇌를 빌려 쓴다. 경남이 산업은 갖되 핵심 역량은 다른 지역에서 조달하는 구조다.


경남의 숙원, 5대 광역권 중 우리 경남만 없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경북(DGIST), 대전(KAIST), 광주(GIST), 울산(UNIST) 등 주요 권역에는 모두 과학기술원이 있지만 경남에는 없다. 박완수 지사는 2022년 10월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구·경북, 대전, 광주, 울산 등 4개 지역에 과학기술원이 있는데 경남에 없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설립 의지를 밝혔고, 최형두 의원도 '경남에만 과학기술원이 없다'며 아세안 공학기술원 설립 등을 제안했다.

사실 경남과학기술원 설립은 2013년 부산시와 공동으로 추진됐으나, 2015년 울산과학기술원이 설립되면서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이후 경남도는 2022년 11월 전문가 분과회의를 열어 '10년 숙원' 해소를 위한 의견 수렴에 착수했고, 2023년 1월에는 경남과학기술원 설립 TF 전담조직까지 신설했다.

산업이 커질수록, 10년 넘게 미뤄 온 이 공백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청년과 인재, 지역에서 키우고 지켜야...

경남 산업이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명패가 아니라 실질적 연구·인재 역량이다. 이공계 인력을 지역에서 키우고 지키지 못하면 청년 유출과 산업 공동화는 피하기 어렵다. 경남테크노파크가 한국폴리텍대학과 손잡고 AI·우주항공 융합인재 양성에 나선 것도, 지역 사회가 국립창원대를 축으로 한 경남과학기술원 설립을 촉구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소멸까지 남겨진 시간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 한편에서 산업경쟁은 분초를 다툰다. 첨단산업 투자와 우주항공, 피지컬 AI 선점은 모두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경고하며, 경남도는 글로벌 SMR 시장을 '우리가 선점한다'고 선언했다.

다른 한편 경남은 전국에서도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 심각한 지역으로, 신입생 확보난 속에 지방대학의 생존 자체가 흔들린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산업은 가속하는데 인재를 길러낼 그릇이 무너지는 이중의 위기 앞에서, 경남의 과학기술 연구·인재 역량 확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소멸까지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


오늘까지의 노력

숙원이 오래된 만큼, 경남 안에서 연구 거점이 자생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국립창원대는 SMR(소형모듈원전) 국가연구소와 전기연·재료연이 참여하는 연구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계 SMR 혁신의 중심지를 지향하며, 교육부 글로컬대학 평가에서 최고 등급(S등급)을 받았다.

경남도 역시 SMR 실증 특구 조성 등 지역 자체의 연구·실증 기반을 넓히고 있다. 경남과학기술원 구상은 이렇게 쌓여 온 역량 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혁신과 저항

경남에 연구중심 과학기술 역량을 세우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수년 전에도 논의가 있었으나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경남도정 리더로서 박완수 지사의 설립의지와 최형두 의원의 제안과 판단을 경남의 미래를 위한 시의적절하고 적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박완수 지사는 2022년 10월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구·경북, 대전, 광주, 울산 등 4개 지역에 과학기술원이 있는데 경남에 없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설립 의지를 밝혔고, 최형두 의원도 '경남에만 과학기술원이 없다'며 아세안 공학기술원 설립 등을 제안했다.

경남과기원 설립,

그 무거운 화두를 현장에서 다시 짊어진 인물이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이다. 그는 SMR 국가연구소 유치와 글로컬대학 전국 최고 성과를 이끌며 지방대학의 혁신과 성장의 길을 택했고, 구성원의 반대와 저항에 토론과 공론화를 제안하며 혁신을 위한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에 많은 교육계의 인사들과 지역 관계자들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혁신을 위한 그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더하고 있다.

내부와 눈앞의 갈등을 넘어 어떤 미래를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과, 대학 의 혁신이 지역의 성장과 청년 정주로 이어진다는 그의 믿음이 그 도전의 핵심 동력이다.

그리고, 역사의 기억

혁신이 저항에 막혀 좌초한 사례는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것은 '내부 저항'이다. 대학과 기업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미래를 먼저 발명하고도, 기존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려는 내부 논리에 스스로 그 미래를 묻어 버린 이야기들 이다.

코닥(Kodak)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자체 개발하고도, 필름 사업의 수익을 잠식한다는 내부 논리에 밀려, 한때, 시총 310억 달러의 글로벌 기업이었으나 사실상 소멸했다. 제록스 PARC는 GUI, 마우스, 이더넷, 레이저프린터를 모두 발명했지만, 복사기 중심의 경영진이 "우리 사업과 무관하다"며 상용화를 거부하여, 그 가치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빼앗겼다.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넷플릭스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할 기회를 거절했고, 연간 8억 달러에 달하는 연체료 수익을 지키려는 내부 논리가 스트리밍 전환을 가로막았다. 결국 2010년 파산했다.

경남의 선택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혁신에는 언제나 진통이 따르지만, 역사가 가른 것은 저항의 유무가 아니라 그 저항을 공론으로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갔는가였다. 미래를 먼저 손에 쥐고도 내부의 반대에 스스로 주저앉은 길을, 경남만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혁신가의 이름도 기억하지만, 안주하는 자의 이름도 기억도 기억한다.

우리도 혁신가와 안주하는 자의 이름 모두를 기억할 것이다.

자료: 네이버 뉴스 기반 도 단위 종합일간지 및 교수신문·UPI뉴스·기계신문 등 보도 (2022~2026년)